이 영화, 절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닙니다. 《라이터를 켜라》는 찌질한 백수 봉구가 300원짜리 라이터 하나 때문에 휘말리는 황당한 사건을 그린 블랙코미디입니다. 열차, 예비군 훈련, 깡패, 정치인, 경찰까지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등장하고, 극한의 우연이 쌓여 엄청난 폭발력을 만들어냅니다. 황당하지만 현실보다 리얼한 이 코미디, 지금 시작합니다.
영화 소개
2002년 개봉한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장항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당시 코미디 장르에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입니다. 주인공 허봉구 역은 김승우가 맡았으며, 백수와 깡패, 정치 브로커, 예비군, 경찰까지 뒤엉킨 인물 구도가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블랙코미디로 전환시키며, 웃기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감정을 남깁니다. 특히 이 작품은 '한 남자의 라이터를 되찾기 위한 여정'이라는 단순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병폐와 부조리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봉구는 그저 라이터 하나가 아쉬운 백수일 뿐이지만, 그가 마주하는 상황들은 마치 현대인의 삶을 압축한 듯 혼란스럽고 고단합니다.이 영화는 단순히 웃고 끝나는 오락영화가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조롱하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고도 위대한 생존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소개
이마로 땅콩을 깨먹는 돌머리 봉구. 백수이자 찌질이인 그는 라면 한 그릇조차 사먹기 힘든 처지입니다. 예비군 훈련 당일, 아버지 지갑에 손을 대다 딱 걸리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채 훈련소에 끌려갑니다. 도시락은커녕 1700원짜리 우동 한 그릇도 못 먹고 굶은 봉구는 훈련 도중 깜빡 잠들고, 결국 훈련 절반만 인정받고 다음 날 다시 오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막차를 타기 위한 350원이 모자라 봉구는 결국 자신의 전 재산 300원으로 ‘라이터’를 사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배고픔에 흔들리고, 택시도 못 잡고, 우연히 건달들과 엮이게 되면서 그가 산 300원짜리 라이터는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됩니다. 건달 조직의 보스 철권, 정치인 박 의원, 건달 부하들과 일반 승객까지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봉구는 잃어버린 라이터 하나를 찾기 위해 폭력과 위협, 협박이 난무하는 혼돈의 열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그러나 라이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봉구 인생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무시당한 사회 속에서 자신이 ‘존재함’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이 작고 하찮은 물건 하나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광기가 폭주하는 열차처럼 터져 나오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감상과 느낀점
라이터를 켜라는 웃기면서도 슬픈 영화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과 과장된 연기, 속도감 있는 편집은 유쾌함을 주지만, 그 속에 담긴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백수, 조직폭력배, 무능한 정치인, 비겁한 권력자들. 모두가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며 달리는 이 열차는 사실상 '사회' 자체를 상징합니다. 봉구는 철저히 무시당하는 인물입니다. 돈도 없고, 힘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마지막까지 “내 라이터 돌려줘”라고 외치는 그의 집착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사회가 지워버린 그의 존재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자 상징입니다. 특히 마지막 열차 충돌 장면과 함께 봉구가 영웅처럼 조명을 받는 결말은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작은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코미디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풍자극이자 시대극이며, 인간 군상들의 축소판입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사회에 작은 돌 하나가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국 코미디의 진짜 숨은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