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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악연' 리뷰: 얽히고설킨 복수극의 끝, 진짜 반전의 묘미

by 부캐러 2025. 4. 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은 제목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긴 끈끈하고도 질긴 악연을 다룬다. 처음에는 단순한 살인 청부극이나 범죄 스릴러처럼 보일 수 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서사와 뒤통수를 때리는 전개가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으로 떠오른다. 나도 사실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한 회 한 회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이 겹치며 마지막까지 단숨에 몰아보게 된 그런 작품이었다.

▍줄거리 요약: 욕망이 부른 선택들

악연
넷플릭스 악연(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이야기는 빚더미에 앉은 한 청년 박재영(이름은 후반부에 밝혀짐)이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노숙자 길룡에게 청부살인을 제안하고, 그 일에 응한 길룡은 계획된 시간과 장소에서 실행에 나선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는 이미 일주일 전에 죽은 상태로 발견되고, 시신은 다른 사고의 흔적까지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한의사 안경남은 음주운전 중 여자친구 유정과 함께 사람을 치고, 이를 목격한 남성(목격남)까지 끌어들여 사건을 은폐한다. 그들은 함께 시신을 땅에 묻고, 이후 목격남은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일삼는다. 겉보기엔 모두가 악인이 되어가는 흐름 같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과 과거의 상처가 얽혀 있다.

한편, 또 다른 축에서는 주연이라는 여의사가 등장한다. 그녀는 학창시절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녀는 가해자들을 추적하고 복수를 계획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중 하나로 알려진 박재영은 병원에 화상 환자로 입원 중이고, 주연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복수심보다 더 큰 공허함을 느낀다.

 

▍반전의 연속: 누가 누구를 속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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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악연(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악연'의 진짜 묘미는 캐릭터들의 정체가 하나둘 드러나는 순간에 있다. 시청자는 극 초반부터 각 인물의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사채남', '목격남', '노숙자' 등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사건을 추적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그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노숙자인 길룡과 목격남은 동일 인물이었고, 그는 박재영의 아버지를 직접 죽인 후 진짜 박재영까지 살해해 그의 인생을 훔친다. 그러나 이 모든 악행의 배후엔 또 다른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주연의 남자친구였던 정민이 사실 장기밀매 조직과 연루되어 있었던 것. 그가 자주 급한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웠던 이유도 장기 적출 작업과 관련 있었으며, 결국 드라마는 “그래도 주연은 좋은 사람 만나서 다행이야”라고 안심했던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반전을 선사하며 끝을 맺는다.

▍느낀 점: 파국의 끝에서 피어나는 아이러니

악연

이 드라마의 핵심은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인간 군상에 있다. 처음엔 피해자였던 사람이 나중엔 가해자가 되고, 처음엔 도덕적으로 보였던 이가 결국 더 깊은 어둠을 드러내는 흐름은 보는 내내 심리적 혼란을 야기한다. 특히 목격남이 모든 것을 조작해 타인의 삶을 탈취하는 서사는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계급적 비극성까지 내포한다. 또한,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시지 중 가장 씁쓸했던 것은 “가장 악한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피해자였던 주연은 끝까지 정의를 좇지만 끝내 자신을 괴롭힌 인물이 가짜라는 걸 알고 나서도 복수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반전의 끝에 자리한 정민의 정체는 “우리가 믿는 사람은 과연 진짜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총평: 인간 내면의 어둠을 끝까지 파고든 수작

악연
넷플릭스 악연(출처 구글이미지검색)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은 단순히 복수극이라기보단, 인간의 욕망, 죄책감, 그리고 악의 사슬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반전은 물론이고, 모든 사건이 맞물려 돌아가는 플롯 구성 또한 치밀하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화까지 몰입해서 본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 사람 하나하나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때, 그 선택이 누군가에겐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악연'이 된다는 것. 이 작품은 그런 악연들이 결국 어디까지 사람을 몰아붙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남게 되는지를 묻는다. 정말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