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처음 예고편이 나왔을 때부터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어요. 전도연이 액션을 한다고? 그것도 킬러 역할이라고? 이거 무조건 봐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더라고요. 진짜 잘 만든 영화였어요. 킬러물에 가족드라마, 사회풍자까지 한 스푼 얹어낸 꽤 근사한 작품. 오늘은 <길복순>을 본 후기를 소개해볼게요.
소개: 킬러이자 엄마, 길복순
주인공 길복순은 전설적인 킬러입니다. MK라는 킬러 기획사 소속으로 업계에서도 실력 하나는 누구보다 뛰어나죠. 하지만 그녀에게는 또 다른 정체가 있습니다. 바로 사춘기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것. 평소에는 딸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일이 생기면 칼 하나로 수십 명을 쓰러뜨리는 냉철한 킬러로 변신하죠. 이 간극이 바로 영화 <길복순>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줄거리: 규칙과 감정 사이에서
MK는 킬러들이 지켜야 할 세 가지 규칙을 세워놓고, 이를 어기는 자는 가차 없이 제거합니다. 하지만 복순은 어느 날, 회사에서 내린 살인 의뢰를 거절하면서 균열이 시작돼요. 상대는 미성년자, 그것도 학대당하던 아이였거든요. 원래도 "아이들은 죽이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철칙을 갖고 있었던 복순. 이 사건을 계기로 조직 내부의 권력다툼과 감정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죠. 그 중심에는 MK의 대표 차민규가 있어요. 과거 복순과 특별한 감정이 있었고, 지금도 그녀에게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죠. 하지만 조직의 수장이기에 복순을 제거해야만 하는 입장. 결국 이 복잡한 관계와 감정이 후반부 큰 전개로 이어집니다.
▍느낀 점: 스타일, 감정, 그리고 전도연
전도연 배우, 진짜 대단합니다. 50대에 이런 액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단순한 몸놀림이 아니라 감정을 실은 액션이라는 점에서 훨씬 인상 깊었고요. 특히 후반부 차민규와의 마지막 결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한 칼 한 칼에 감정이 실려 있어서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두 사람의 긴 서사 끝에 터지는 감정 같았어요. 그리고 영화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도 인상적이었어요. 킬러들이 소속사처럼 소속되어 있고, 작품(=암살)을 계약하며, 심지어 킬러계 내부에도 정해진 룰과 정치가 있다는 설정. 이건 완전 업계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킬러도 인간이라는 점, 조직이 개인을 어떻게 이용하고 소모하는지를 보여주는 면에서 꽤 풍자적으로 읽히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딸과 엄마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릅니다. 딸에게는 평범한 엄마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킬러로 살아야 하는 복순의 고뇌는 단순히 액션영화로 끝내기엔 너무 절절했어요. 딸의 비밀과 상처를 알고 난 뒤 복순이 보여주는 감정도 진심이 느껴졌고, 부모이기에 지켜야 할 선을 고민하는 모습은 현실 부모들의 고민과도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소비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킬러 영화에서 여성은 조력자거나 단순한 복수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길복순>은 여성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과 주체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센 여자’의 이야기라기보단, 자기 인생을 주도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총평: 장르의 틀을 부수는 영화
<길복순>은 액션, 드라마, 스릴러, 가족물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그 모든 장르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여성 킬러 영화의 전형을 뒤엎고, 한 사람의 인생과 내면에 더 집중한 영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놀라운 연기력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봤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킬복순'이라는 다소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제목처럼, 영화 자체도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한 킬러이자 엄마’라는 복순의 캐릭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