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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리뷰: 계단 위와 아래, 우리가 사는 곳

by 부캐러 2025. 4. 5.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치밀한 우화’ 예요. 처음 봤을 땐 ‘와, 재밌다’, 두 번째는 ‘와, 치밀하다’, 세 번째는 ‘아, 이게 현실이구나’ 싶더라고요. 저는 이 영화를 세 번이나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해석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잘 만든 영화라는 뜻이겠죠.

 

▍소개: 반지하 가족의 계단 오르기

기생충
영화 기생충(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영화는 서울 어딘가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으로 시작합니다. 백수인 아빠 기택, 엄마 충숙, 딸 기정, 아들 기우. 네 가족은 피자 상자를 접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와이파이를 훔쳐 쓰는 게 일상인 아주 가난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우의 친구가 부잣집 과외를 대신 맡아달라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기우는 가짜 대학생이 되어 부잣집 박 사장 댁의 영어 과외 선생님이 됩니다. 여기서부터 '침투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요. 기우는 여동생 기정을 미술치료사로 추천하고, 아빠 기택은 운전기사로, 엄마 충숙은 가정부로 위장취업에 성공하죠. 이렇게 전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 '기생'하게 됩니다. 모두가 거짓말로 자리를 잡지만, 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유쾌합니다.

 

▍줄거리: 반전의 반전, 그리고 무너지는 꿈

기생충
영화 기생충(출처 구글이미지검색)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난 사이, 기택 가족은 부잣집에서 파티를 열며 일시적인 주인 노릇을 해보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죠. 이전 가정부 문광이 몰래 찾아와 지하실에 남편을 숨겨두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납니다. 알고 보니 이 집에는 이미 또 다른 '기생충'이 있었던 셈이죠. 문광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기택 가족 간의 대립은 계급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결국 이 모든 갈등은 박 사장의 아들 생일파티 날 폭발하게 됩니다. 이 날은 그들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죠.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기택의 분노는 박 사장의 코를 막는 행동 하나로 폭발하고, 그는 그 자리에서 박 사장을 살해합니다. 그 뒤 이어지는 장면들은 다소 처연합니다. 기우는 큰 부상을 입고 정신적으로 후유증을 겪으며 살아가고, 기정은 목숨을 잃고, 기택은 지하실로 숨어들죠. 그리고 기우는 다시 반지하로 돌아와, 아버지가 언젠가 다시 밖으로 나올 날을 기다립니다. 이 마지막 장면은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느낀 점: 계단이라는 상징, 그리고 냄새

기생충
영화 기생충(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영화 <기생충>을 관통하는 상징 중 하나는 바로 ‘계단’입니다. 기택 가족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수많은 계단 장면은 그 자체로 계급 상승과 하락, 즉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은유합니다. 또한 '냄새'라는 모티프도 인상 깊었어요. 기택의 냄새에 대한 박 사장의 멸시가, 단순한 비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거든요. 또한 영화 곳곳에 숨은 상징과 은유가 많아서 여러 번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가령, 반지하의 창으로 비치는 빛이나, 수해 장면에서 기택 가족이 집으로 내려가는 씬은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들이죠. 이러한 세심한 연출은 관객이 영화 속 세계를 더 풍부하게 느끼게 만듭니다.

 

▍총평: 장르를 넘어선 사회 드라마

<기생충>은 스릴러, 블랙코미디, 가족 드라마, 계급 풍자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완벽히 조합한 영화예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합니다. 송강호의 복합적인 감정 연기, 최우식과 박소담의 현실적인 캐릭터, 이선균과 조여정의 허영 가득한 부잣집 부부 연기까지. 개인적으로 세 번 봐도 질리지 않았고, 볼 때마다 다른 장면에서 울컥하고, 웃고, 소름 돋는 순간이 있었어요. 단순히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들어간다’는 설정을 넘어, 이 사회가 가진 구조적 불평등을 너무나도 날카롭고 재미있게 표현해 낸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오락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품은, 진정한 '작품'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기생’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비추는 거울 같은 영화. 볼수록 씁쓸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