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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SF 신작 '미키17' 영화 리뷰

by 부캐러 2025. 4. 4.

와…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17>. 기대도 기대였지만,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야…코…’. 이게 진짜 뭔가 철학적인데 또 묘하게 재밌고, 근데 또 완전 오락영화처럼 즐기긴 애매한? 아무튼 쉽지 않은 영화였어요.

먼저 비교부터 살짝 하자면, 개인적으로는 <기생충>보다는 확실히 아래, <설국열차>보다는 살짝 아쉬운 정도? 그래도 <옥자>보다는 나았습니다. 역시 봉준호 감독답게 메시지가 분명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는데, 이번 영화는 그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낯설고 실험적이었어요.

 

1막: 익스팬더블, 소모품이 된 인간

미키17
영화 미키17(출처 구글이미지검색)

<미키17>은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나뉘는데요, 1막은 미키가 ‘익스팬더블’이라는 직업을 맡아 계속 죽었다가 복제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익스팬더블, 말 그대로 ‘소모품’이라는 뜻이죠. 무서운 건 그 소모품이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미키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한 임무 중, 반복적으로 죽고 다시 태어나면서 연구진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존재예요. 근데 이 과정을 프린터처럼 묘사한 장면이라든지, 기억을 저장하는 벽돌 같은 기기 등은 역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였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좀 루즈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길게 이 과정을 보여주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우주선 자체가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빗댄 상징이더라고요. 미키는 소모되는 노동자, 무심한 연구진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관리자, 독재자 마샬과 그를 조종하는 아내 ‘나타샤’는 권력 그 자체.

 

2막: 미키 vs 미키, 자아의 충돌

미키17
영화 미키17(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이제 본격적인 갈등은 미키17이 임무 중 실종된 후, 새로운 미키18이 복제되면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17이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죠.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되는 것. 미키17은 온순하고 순응적인 반면, 미키18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듭니다. 똑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나’로 존재하는 이 설정은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였어요. 여기서 영화 제목 <미키17>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17번째 미키’이자,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첫 번째 ‘미키’. 즉, 번호는 17이지만, 진짜로 스스로를 ‘사람’이라 느낀 건 이 미키가 처음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와 진짜, 둘이 싸우는 장면 볼 때마다 “이거 진짜 1인 2역 맞아?” 싶을 정도로 잘 살렸습니다. 특히 미키18의 날카롭고 팽팽한 에너지, 패틴슨 아니면 소화 못했을 듯요.

 

결말: 인간은 소모품이 아니다

미키17
영화 미키17(출처 구글이미지검색)

결국 두 미키는 마샬에게 들키게 되고, 우주선 밖으로 내던져집니다. 하지만 미키18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마샬을 자폭시키죠. 그리고 나타샤가 권력을 이어받게 되면서 체제가 바뀌게 됩니다. 이후 미키17은 꿈에서 봤던 파를 찾아가 과감히 말을 걸고, 꺼져 있는 오븐을 켭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행동 이상의 의미가 있었어요. 늘 순종하고, 주어진 일만 하던 미키가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드러낸 순간이었거든요. 이 해피엔딩은 봉준호 감독 스타일에선 꽤 이례적이지만, ‘인간은 존재만으로 존엄하다’는 메시지를 담기엔 가장 따뜻하고 좋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해요.

 

좋았던 점 & 아쉬웠던 점

👍 좋았던 점

- 로버트 패틴슨 연기력은 진짜 미쳤습니다. 이 영화의 반은 그가 먹고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님.

- 니플하임의 비주얼, 미친 SF 감성. 우주선, 복제 장면, 크리퍼(원주민 생명체)까지 눈호강 제대로.

- 철학적인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던지는 방식.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일까, 아니면 시스템이 만든 나일까’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어요.

 

🤔 아쉬웠던 점

- 전체적으로 갈등 구조가 좀 단순해요. 착한 미키 vs 나쁜 체제, 이런 구도는 조금 익숙했달까.

- 생각보다 잔혹한 장면들이 꽤 많아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미키의 반복된 죽음이나 무시당하는 장면들.

 

총평

<미키17>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 풍자와 메시지는 여전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훨씬 실험적이고, 철학적이었어요. 오락 영화처럼 신나는 전개를 기대하셨다면 조금 지루하실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가 좋다면 꽤 만족스러울 겁니다. 그래도 이건 확실해요. 이 영화, 한 번 보면 분명히 두고두고 곱씹게 됩니다. ‘내가 미키라면?’이라는 질문, 진짜 쉽게 안 잊혀지거든요. 봉준호 감독, 이번에도 역시 할 말은 확실히 하는 감독이구나 싶었고요. 다음 작품도 벌써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