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어?" 영화 '투 가이즈'를 보고 나면 딱 이 말이 먼저 떠오른다. 처음엔 단순히 돈을 받으러 갔을 뿐인데, 점점 일이 꼬이고 꼬여 국제 범죄 조직과 국정원까지 얽히는 난장판. 근데 그 와중에도 웃긴 건 왜일까. 어쩌면 너무 막장이라 웃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두 남자
주인공 정태는 일명 ‘중태’라고 불리는 전직 조직폭력배. 돈 받으러 다니다가 사람을 중태에 빠뜨려서 얻은 별명이다. 겉으로 보기엔 허세 가득한 한탕주의자지만, 속은 은근히 여린 구석도 있다. 그런 그에게 엮이는 또 한 명, 바로 ‘재무자’ 영태. 이 친구는 대출에 대출을 얹은 채 카드깡까지 하며 인생을 말아먹은 인물이다. 이 둘의 첫 만남부터 제대로 꼬인다. 돈을 받으러 갔다가 가방을 잘못 가져오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국제적인 마약조직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 단순히 ‘돈 받아오는 일’이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현실에선 있을 수 없을 만큼 엉뚱하고 과장돼 보이지만, 그 속에 현실적인 자조와 유머가 교차한다.
막장 인생의 롤러코스터
극 전개는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주인공들이 끌려 다니는 장소만 해도 찜질방, 사채업자 사무실, 외국인 마약딜러의 숙소, 국정원까지 다양하다. 일은 계속해서 꼬이고,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 과정이 진지하다기보단 우스꽝스럽다. 이게 바로 '투 가이즈'만의 매력이다. 특히 GPS, 특수 가방, 반도체, 국정원, 삼합회, 마약조직 같은 키워드들이 터지면서 영화는 코미디와 범죄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 든다. 어설프지만 묘하게 능청스러운 두 주인공 덕분에 관객은 웃음을 놓을 수 없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때로는 안쓰럽지만, 그래서 더 유쾌하다. 게다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묵직하다. 돈 때문에 망가진 인생, 누군가의 실수로 휘말리는 억울한 사건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인간의 몸부림. 이런 감정들이 유쾌한 코미디 속에서도 묻어 나온다.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풍자가 동시에 작동하는 지점이다.
배우들의 미친 캐미와 연기력
이 영화를 진짜 재미있게 만든 요소는 주연 배우들의 찰진 연기다. 이성재가 연기한 중태는 어이없고 허세 가득하지만, 절대 밉지 않다. 손현주가 연기한 영태는 소심하고 찌질하지만 그 나름의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잡는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영화 내내 폭소를 유발한다. 또 조연들까지도 빵빵하다. 국정원 요원, 삼합회 보스, 외국인 마약딜러, 사채업자 등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고 존재감이 넘친다. 캐릭터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하니, 어느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누가 봐도 무리수일 것 같은 상황도 이 배우들의 에너지 덕분에 설득력을 갖는다.
예측불허의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
중반 이후 영화는 점점 더 정신없는 국면으로 접어든다. 주인공들이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전개되는 도망과 추격전은 긴박하면서도 코믹하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가방의 진실. 가방 안에는 마약도, 다이아몬드도 아닌, 최첨단 반도체가 들어있었던 것. 반도체 하나로 얽히게 된 국제적인 사건 속에서 두 사람은 끝까지 발버둥 친다. 그 반도체를 둘러싸고 국정원, 외국 조직, 삼합회가 얽히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다. 이쯤 되면 관객도 뭔가 멋진 한 방을 기대하게 되는데,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마지막에 짜릿한 사이다 한 방이 터진다. 게다가 영화는 단순히 전개를 흘려보내지 않고 곳곳에 복선과 반전을 심어두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심지어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찐친 케미’가 결말을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서로를 향한 욕설과 핀잔 속에서도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걸고 도와주는 모습에서 이상하게도 감정이입이 된다. ‘이런 친구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생이 꼬이고 망가졌어도,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승자다.
허무하지만 기묘하게 따뜻한 결말
결국 모든 일의 중심이었던 두 남자. 사건이 정리된 뒤,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대단한 교훈이나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여운이 남는다. '투 가이즈'는 진지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건드린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인간의 집요함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유머.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사건의 스케일 속에서도 영화는 끝내 사람 냄새를 잃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위로가 된다. 실패해도 좋으니 살아남자는 이들의 몸부림이 낯설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보고 나면 묘하게 깊게 남는 영화. 웃긴데 씁쓸하고, 어이없는데 짠하다. '투 가이즈'는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