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얼'은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아주 독특한 작품입니다. 김수현의 1인 2역, 화려한 비주얼, 알쏭달쏭한 전개까지. 어떤 영화인지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잊기 힘든 경험이 될 거라는 거죠.
소개 – 뭔가 거창한데, 뭔지는 모르겠는
2017년에 개봉한 '리얼'은 심리 스릴러에 누아르, 액션, 판타지까지 다 넣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예요. 제작비 110억 원, 알리바바 픽처스의 투자, 김수현 주연… 기대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더 복잡해집니다.
감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었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이게 무슨 얘기지?' 싶은 장면들이 계속 나옵니다. ‘해석하라’는 말보다 ‘알아서 견뎌라’에 가깝달까요. 그래도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어보면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의 분열, 욕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 등 꽤 철학적인 고민을 시도한 흔적은 보입니다. 다만 전달 방식이 너무 과하다 보니 그 의도를 발견하기까지 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줄거리 –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야기
영화는 조직폭력배 장태영과 르포 작가 장태영, 두 명의 장태영(둘 다 김수현)을 중심으로 전개돼요. 같은 얼굴에 다른 성격, 다른 목적. 초반엔 해리성 인격 장애를 다루는 듯한 분위기지만, 곧 식물인간 빙의, 성형수술, 도플갱어 같은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거기에 마약 밀매, 카지노 경영권 다툼, 변태적인 집착, 폭력적인 액션까지 얽히면서 영화는 하나의 줄기 없이 여러 갈래로 흘러가요. 누가 진짜 장태영인지, 현실은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성이 끝까지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상징적인 장면들도 해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데, 특히 고래, 거울, 불, 춤 같은 요소들이 마치 꿈속 장면처럼 등장합니다. 이런 연출은 영화에 몰입하려는 관객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파편적인 장면들 하나하나를 두고 ‘이건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하게 만들죠.
느낀 점 – 머리는 복잡한데 눈은 바쁘다
'리얼'은 뭔가 멋진 걸 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강해요. 화면은 멋지고, 배우들은 열심히 하고, 음악도 분위기 있고.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산만하고 연결이 안 되다 보니, 감정이입이 어렵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김수현이 갑자기 춤을 추는 장면은 보는 사람의 멘탈을 시험하는 구간이에요. 이게 의미가 있는 건지, 그냥 멋을 낸 건지 끝까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 자체가 이 영화의 인상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영화 전반에 걸쳐 일관된 톤이나 흐름이 부족해요. 장면마다 스타일은 강한데, 그 스타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따로 노는 느낌입니다. 예술영화처럼 보이려고 한 듯한 연출도 많지만, 장르적 쾌감이나 메시지 전달에는 다소 실패한 인상이 남죠.
감상 포인트 – 적어도 볼 건 많다
1. **김수현의 1인 2역**: 연기력만큼은 확실합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꽤 잘 나눠서 표현했어요.
2. **설리의 강렬한 등장**: 짧지만 임팩트는 강합니다. 존재감 자체로 분위기를 바꿉니다.
3. **스타일리시한 화면**: 네온 조명, 세트, 슬로우 모션 등 시각적 스타일은 풍부해요. 영화 속 내용은 잘 안 이어지지만, 보는 맛은 있습니다.
4. **의미를 찾는 재미?**: 장면 하나하나에 상징이 담긴 듯해서,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는 있어요. 다만 실제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5. **배경음악과 음향효과**: 영화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사운드도 큰 몫을 합니다. 몽환적인 음악이 화면과 어울려 몰입도를 높이는 순간도 있어요.
결론 – 보기 힘들지만, 본 사람은 잊지 못할
'리얼'은 딱 잘라 말하긴 어려운 영화예요.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 했던 건 분명하지만, 그 결과물이 보는 이에게 혼란만 남긴 것도 사실이죠.
그래도 이런 영화가 하나쯤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에요. 실패했더라도 과감한 시도는 기억에 남잖아요? 누군가에겐 최악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컬트처럼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리얼'은 한 번 보고 끝날 영화는 아닙니다. 보고 나면 그 충격 때문에라도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고, 다시 한번 분석해보고 싶은 묘한 끌림이 있거든요. 이건 단순한 영화라기보단 하나의 '체험'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를 추천하냐고요? 글쎄요. 궁금하면 한 번쯤 봐보는 건 어떨까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걸 직접 느껴보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