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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리뷰: 인간의 고통과 신의 사랑 사이

by 부캐러 2025. 4. 16.

고통의 끝에서 발견한 사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단지 종교 영화가 아닌, 인간의 몸으로 겪을 수 있는 최대의 고통과, 그 속에 깃든 숭고한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따라가며,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이 사랑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나는 그 앞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소개

패션-오브-크라이스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출처 구글이미지검색)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개봉 전부터 강한 반응을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성경 속 예수의 마지막 고난을 극사실주의로 재현한 이 영화는, 그 연출의 잔혹성과 동시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강렬함으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통적인 성경 영화들과는 다르게, 종교적 상징보다는 인간의 고통과 신의 뜻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집중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습니다. 라틴어, 아람어, 히브리어로 된 대사들은 관객을 더욱 이질적이고 낯선 세계로 몰입하게 만들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예수의 고난’이 아닌, 눈앞에서 벌어지는 ‘한 사람의 처절한 마지막’으로 느끼게 합니다. 영화는 믿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무엇을 위해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종교를 넘어, 이 영화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슬픔, 용서, 두려움, 그리고 사랑을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수는 신이기 이전에 인간이었고, 그의 눈물과 상처는 누구든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종교가 없는 관객에게도, 이 영화는 감정의 파고를 일으킵니다. 누군가의 고통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 그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줄거리

예수
(출처 픽사베이)

영화의 시작은 조용하지만 무겁습니다. 겟세마네 동산, 어두운 밤, 홀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예수의 모습은 이미 다가올 고통을 예고합니다. 그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내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순종을 택합니다. 그 순간부터, 인류의 죄를 짊어진 고난의 행보는 시작됩니다. 은화 30에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 그가 이끄는 군사들에 의해 예수는 체포됩니다. 그리고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베드로는 “나는 그를 모릅니다”라며 세 번이나 부인하죠. 예수는 유대 최고 의결기관인 산헤드린 공회로 끌려가 고발을 받고, 새벽녘 빌라도의 법정에 서게 됩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지만, 민중은 그를 죽이길 원합니다. 군중들은 “그 피의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라고 외치며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라 요구하고, 결국 빌라도는 그 손을 씻고, 예수를 넘깁니다. 그 후 벌어지는 채찍질과 모욕은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의 폭력입니다. 예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가시 면류관을 쓴 채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릅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쓰러지는 와중에도 그는 묵묵히 길을 걷습니다. 마리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지게 되지만, 예수는 다시 짊어지고 올라갑니다. 그리고 결국,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힙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절규를 남기고, 세상의 모든 죄를 안은 채 생을 마감합니다. 그 순간, 하늘은 갈라지고 땅은 흔들리며, 사람들의 심장에도 무엇인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감상과 해석

예수
(출처 픽사베이)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기독교 교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왜 누군가는 이토록 고통받아야 했는가?"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이며, 사랑의 무게에 대한 철저한 묵상입니다. 멜 깁슨은 이 영화를 통해 고통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폭력을 통해, 우리가 너무도 쉽게 소비하는 ‘희생’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재조명합니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마리아의 시선입니다. 신의 어머니로서가 아닌, 자식을 잃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예수의 고난을 지켜보는 그녀의 감정은, 모든 부모의 고통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눈빛 하나, 손끝 하나에 담긴 애절함은 단지 종교적 상징을 넘어, 인간적인 아픔 그 자체로 전달됩니다. 예수는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자신을 변호하거나 항변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는 그의 모습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사랑의 상징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인내, 용서, 희생—이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일인지 되새기게 합니다. 특히 예수가 죽은 뒤 일어나는 지진과 성전의 휘장이 찢어지는 장면은 단순한 종교적 상징을 넘어서, 세계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전환점’처럼 느껴지며 깊은 감정의 파장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