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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리뷰: 진짜 봄은 오지 않았다

by 부캐러 2025. 3. 31.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동안 말이 안 나왔습니다.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인데, 이렇게 피부에 와닿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거든요. 단순히 뉴스에서 들었던 ‘12.12 군사반란’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실제로 그날 밤 서울에서 벌어졌던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움직였던 사람들의 감정과 표정이 전부 생생하게 남았어요. 《서울의 봄》은 단순히 한 장면, 한 사건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서울의 봄: 시작부터 몰입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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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영화의 첫 장면, 그 고요한 궁정동의 긴장감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박정희가 총에 맞고 쓰러진 그 순간부터 영화는 단 한 번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전두광이라는 이름이 낯설었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금세 눈치챌 수 있었고, 그가 서서히 권력을 휘어잡아가는 과정은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습니다.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전두광은 진짜 ‘사람 탈을 쓴 악마’ 같았어요. 교활하고, 계산 빠르고,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데도 사람들 앞에선 천연덕스럽게 굴고요. 심지어 친구 앞에서도 서슴없이 칼을 빼드는 장면에서는 진짜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반응한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반면에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 장군은 말 그대로 ‘진짜 군인’이었죠. 대사 하나하나에서 묵직한 신념이 느껴졌고,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려는 모습에 울컥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권총 하나 들고 혼자 걸어가는 장면... 그거 보면서 진짜 눈물 참느라 혼났습니다. 이태신은 실제 인물인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던데, 그런 분이 실제로 계셨다는 게 너무 감사하면서도 마음 아팠어요.

 

하나회, 그리고 그날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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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영화 보면서 제일 분노가 치밀었던 건 바로 ‘하나회’라는 조직의 존재였어요. 한 마디로 군 내부에 있는 사조직인데, 이게 너무 무서운 게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 아래서 다 짜고 움직이는 거예요. 상명하복은 기본이고,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 하고, 군인의 본분보다 자기 조직의 이익이 더 중요한 겁니다. 그러니 전두광 같은 인물이 순식간에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던 거죠.

또 하나 충격이었던 건 국방부 장관 국상의 태도였어요. 그 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진짜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그 중요한 순간에 나라 생각은 하나도 없고, 자기 자리 지킬 궁리만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그 사람이 가족 데리고 택시 타고 도망치는 장면에서는 영화관에서 탄식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게 진짜 우리나라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근데 이 영화가 좋은 게, 그런 무능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싸운 사람들도 함께 보여준다는 거예요. 오지노 소령처럼 자기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령관을 지키려고 끝까지 남은 인물.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었겠죠.

 

진짜 봄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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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영화 제목이 ‘서울의 봄’이잖아요. 근데 그 봄은 결국 오지 않았다는 걸 계속 보여줘요. 10월 26일, 독재자가 사라지고 모두가 봄을 기대했지만, 겨울보다 더 차가운 시대가 시작됐던 거예요. 영화 마지막에 진짜 사진으로 넘어가는 장면, 특히 하나회 멤버들이 실실 웃고 있는 사진이 화면에 딱 뜨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그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감동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역사를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배우들의 연기력, 특히 황정민의 연기는 정말 숨 막힐 정도였고, 정우성의 묵직한 존재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캐릭터들 간의 감정선이나 갈등을 좀 더 깊게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인데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역사가 그냥 지나간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이 영화가 가르쳐줬어요. 영화 《서울의 봄》, 꼭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어떤 시작점이니까요.